(전시)붉은 돌 유리 바다 <머물던 몸>

2026. 4. 27. 17:24전시, 창작

 

<머물던 몸>, 왁스 및 혼합재료, 90 x 90 x 120 cm , 2026
 

 
기회가 닿아 인천의 근대 건축물을 주제로 한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획자에 따르면 '붉은 돌 유리 바다'는 건물의 붉은 벽돌과 바다가 비치는 유리창을 의미한다고 한다. 
 
작품 제작에 앞서 시간을 들여 자세히 들여다보았던 건물이 있었다. 
나는 어떤 공간을 들어갈 때마다 그 공간이 가진 기운 같은 것을 느끼고는 한다.
오래도록 어떤 용도로 쓰였던 곳인지, 어떤 사람들이 살았을지, 오랜 시간 동안 어떤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었는지,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해도,
그 공간이 내 뿜고 있는 공기의 느낌, 빛이 들어올 때나 바람이 불 때 어떤 온도로 어떤 실루엣을 드러내는지 온몸으로 느끼며 나는 이 공간에 대해 왠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생각해 버린다. 
 
특히 나의 눈이 머물던 장면들은 이 건물들의 피부와도 같은 이미지였다. 손때 묻어 닳은 손잡이, 소금기가 어려 있는 나무 천장, 빛에 그을린 자리, 마루바닥의 강한 무늬 등등 
그 표피, 피부 아래  수 많은 장면이 펼쳐졌다가 사라졌을 것이다. 정치적 상황과 개인의 역사, 누군가의 흥망성쇠, 사랑과 미움의 역사들....

 
작품 자체가 한 인간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 유기적인 덩어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작품은 잠시 어떤 풍경을 머금다가 또 지나가고 흐르고 맺히면서 그렇게 굳은 모습의 덩어리가 되었다. 
어떤 것을 새겼다 덮기도 하고 어떤 구멍은 파내어 드러냈다. 
계속 흐르고 지나가는 시간 가운데 놓인, 수많은 역사를 지닌  어떤 덩어리를 떠올렸다. 
 
왁스라는 재료는 
캐스팅을 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조형하기가 참 힘든 재료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이기도 하다. 
시간이나 신체를 드러내기에 유사한 감성을 지니고 있다. 
갈라지고 녹는다. 부서지고 녹으며 다시 형태를 잡는다. 중력에 따라 흘러 버리며 빠르게 굳어 흔적을 남긴다. 
 
이번 재료 중 일부는 비즈왁스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꿀벌이 자신의 집을 만들기 위해 분비하는 액이라는 것이 미묘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  붉은 돌 유리 바다 
  기간 : 2026.3.27~2026.5.31
  참여작가 : 구은정, 노찬균, 박주연, 원나래, 이려진, 허영지, 희박
  장소: 백년이음 1층(인천광역시 중구 차이나타운로 59번 길 3) 
  기획: 이려진, 희박
●  주최: 인천도시공사